그래서 끝으로 갔다.
생이 자꾸만 끝으로만 밀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차라리 내가 자진해서 끝까지 가보자고해서
땅끝으로 간 것이었다.
땅끝에서
더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막바지에서
바다를 보았다.
그 바다가 너무 넓어 울었다.
해지는 바다가 너무 아파서 울었다.
다음날 아침
해 뜨는 바다를 보고
땅 끝에서도 아침 해는 뜨는구나하며
또 울었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모래알 같은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땅끝에서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
- 최갑수
이 시를 처음 접한게 한 2~3년전이었던것 같다. 그후로 그냥 땅끝마을에 놀러가보고 싶은 생각만 했었다. 땅끝을 관광지로 새롭게 만들었다고도 해서 관광을 위해 찾아가 봐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거리가 멀어 이래저래 핑계대면서 가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갔다. 운전하고 가는 차안에서도 마음이 울적하여 몇번이고 마음을 다잡으며 내려갔다. 몇달전부터 이런 여행을 생각 했지만 엄두가 나지를 않았었다.
그러나 시에서처럼 나의 생이 자꾸만 끝으로 밀리는 것 같아 이번에는 큰맘먹고 한반도의 끝이라는 해남 땅끝마을에 갔다. 멀기도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마음은 무거웠다. 그곳에 간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겠냐는 생각, 괜히 시간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등이 들었다. 그래도 한번 계획한거니 열심히 내려갔다.(원래 계획은 한반도의 서쪽끝을 갈까하다 휴게소에서 맘을 바꿔 그냥 내려온거다.)
땅끝에 도착했다. 예전처럼 외진 시골마을이 아니라 이제는 관광단지가 되어 선착장, 각종 회집, 민박, 호텔들이 널려있다. 조금은 많이 변한 땅끝에 실망을 했다.(93년에 가족여행으로 한번와 봤었다.) 땅끝탑이라는 것도 세우고 공원화 하였다고 하니 한번 가보기로 했다.
한반도의 땅끝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탑이라는 인공 조영물보다 이곳이 한반도의 끝이라는 생각을 하니 내가 정말로 끝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갑수님의 "땅끝에서" 시를 다시 꺼내서 읽어봤다. 단순히 좋다가 아니라 좀더 마음에 와 닿는다.
"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다"
나도 이곳에 모든 것을 버리고 뒤돌아 다시 시작을 하는 거다. 이곳 땅끝에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놓고 간다. 과거의 실패, 아픔을 모두 땅끝 남해 바다에 버리고 간다.
다시 차를 타고 땅끝마을을 나오는데 개운한 느낌이 든다. 커다란 짐을 버리고 새로운 희망이 다시 채워진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내 능력이 되는한, 아니 그 이상으로...
땅끝은 절망의 끝이 아닌 새로움의 시작이었다.
추가 사진들>
점심때즘 도착해서 그런지 햇살이 강하고 먼지가 많아서 사진이 그닥 좋지는 않다. 그러나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땅끝마을의 모토가 "희망과 기를 받는 곳"이란다. 끝이라는 어쩌면 나쁜 이미지에서 사고의 반대로 더 좋은 의미를 낼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것 같다.
사진:땅끝에 관한 다른 시비 - 땅의 끝 새로운시작...>
반응형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로마 전경 (성 천사성 꼭대기에서) (0) | 2009.11.15 |
|---|---|
| 천불천탑의 전설이 있는 운주사 (3) | 2009.11.01 |
| 다시 찾은 부석사 (0) | 2009.10.16 |
| ['09 이탈리아 여행] 음식 (0) | 2009.09.16 |
| ['09 이탈리아 여행] 로마. (0) | 2009.08.27 |